[ 시스템 ] - 130514

꽤 오래전부터 고해상도의 시스템을 선호해왔다. 특히 작은 화면 고해상도, 보통은 글씨가 너무 작아 보기 힘들만큼의 높은 픽셀 밀도의 랩톱도 많이 이용해왔다. 하지만 요새는 꼭 그렇게 작은 화면이 아니어도 27인치나 30인치 같은 커다란 고해상도 화면들도 많이 있다. 단순히 화면이 큰 것이 아니라 해상도가 높다는 것은 한번에 더 많은 것을 펼쳐놓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조금 더 넓게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해야할까, 보다 편리한 작업 환경을 갖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화면들에 대한 고민처럼 어떤 용도나 목적을 위해 그때그때 맞는 물리적인 하드웨어 시스템을 갖고자 많이 신경써왔다. 하는 작업에 따라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지 고민하고 갖춰왔고, 어느샌가 각종 사이트에서 여러 하드웨어들의 정보를 수집하며, 최적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구성을 조사해보는 일이 잦았다. 물론 최적의 시스템의 의미가 절약을 중시하는 나에게 가격대 성능비 우수하고, 내 목적만을 소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 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에 맞는 하드웨어 시스템을 갖출 궁리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아직은 일을 제대로 벌이지 못했지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위한 개발 플랫폼은 이미 구축해두기도 했고, 서비스를 위한 물리적 플랫폼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시작만 하면 바로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해두기도 했다. 얼마전 친구 회사의 특별한 용도의 시스템에 대한 구축에 앞서, 물리적인 구성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논의를 같이 해보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의 가치보다 시스템 엔지니어로의 가치를 더 찾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년간 진행해왔던 시스템 엔지니어로써의 생활 후에 조금 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간 여러 경험을 해왔던 물리적인 하드웨어만이 시스템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의 체계. 개발을 진행하는 협업이라던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을 진행하는 방법, 사람과 서비스 사이의 흐름, 여러가지 시스템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기도 한다. 우스갯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휴가 기간은 작년보다 더더욱 developer relationship 담당자 마냥 여러 개발자, 스타트업 설립자, 기획자 등등을 만나왔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 직원, 금융, 예술, 법조, 언론계 사람들, 기타 전문직 종사자, 개인 사업가 등등 다양한 지인들을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눠왔다. 가까운 지인들이 IT 업계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시야가 다소 좁았던 때에,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한 신선하고, 번뜩이는 개발 과정의 아이디어들도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그간의 경험들을 살려 의미있는 일들을 하기 위한 점화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나만의 아이템으로 사람들에게 서비스하고 어필할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일들을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시스템 아키텍트, 단순히 물리적인 컴퓨터 시스템 아키텍트가 아니라, 게임을 포함해 어떤 IT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것들을 컨설팅해주거나, 그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일을 하는 시스템 아키텍트 혹은 빌더, 컨설턴트가 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단지 하드웨어만 모으는 취미 개발자.



lono.pe.kr from 2001.04.24 by l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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