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 ] - 120512

서울, 비

오랜만의 분당의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거의 20년전 뛰어다니던 길거리.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 대로, 넓게 느껴졌던 탄천, 운동장 같았던 주차장, 모두 작게 보인다. 다시 보니 차들이 쌩쌩 다녀서 무서웠던 대로는 왕복 6차선의 지역 도로였을 뿐이고, 탄천은 단숨에 걸어서 건널 수 있을 것 같고, 주차장은 저곳에 어떻게 차들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나는 훌쩍 커버렸고, 한적한 분위기의 분당은 어느새 복잡한 도시가 되었다.

산이라고 하기에 아담하지만 동네 뒷산을 올랐다. 단지 150m 의 높이지만, 김포공항과 그 주변 임야가 눈에 들어왔다. 올림픽대로와 남부순환로가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단 몇 미터 떨어진 산속의 공기는 달랐다. 하루하루 뭔가에 쫓겨 사는 중에, 몸도 호흡하고, 마음도 호흡할 수 있었다. 아파트가 아니라 도시와는 거리를 두는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집에 왔다. 2년여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집에 왔다.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손에 들고 오지는 않았지만, 한국 밖에서의 생활 경험, 하늘에서의 비행 경험, 서른을 전후해서 살아온, 살아갈 방향들에 대한 수많을 생각들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lono.pe.kr from 2001.04.24 by l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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