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드 한 조각 ] - 0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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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내가 꿈에서 본 일이다'로 시작하여 사건의 사실성과 흥미를 돋군 후, 바로 새파란 학생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을 취했다. 개발자와의 대화와 그 학생의 확인 과정, 흐뭇해하면서도 그 즐거움을 남에게 빼앗길 것 같은 불안함에 쫓기는 모습 등이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묘사되어 서사적 수필로서의 긴밀한 구성을 잘 갖추었다. 특히 코드 한 조각을 갖게 된 과정을, 학생의 직접 화법으로 처리해서 그의 집착의 절실함과 애쓴 흔적이 생동감 있게 나타난다. 군말이 생략된 끝맺음의 대사는 이 수필의 격조를 높여 주면서 여운을 가지게 한다.

* 성격 : 회상적, 체험적, 콩트적

* 제재 : 코드

* 주제 : 맹목적 욕망에 대한 인간적 연민

* 출전 : 로노네집(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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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에서 본 일이다.

새파란 학생 하나가 개발자에게 가서 떨리는 손으로 몇 줄 짜리 코드 한 조각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코드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개발자의 입을 쳐다본다. 개발자는 학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래저래 살펴 보고 '좋소'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코드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개발자를 찾아 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코드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제대로 된 코드입니까?"

하고 묻는다. 개발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코드를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웹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중요한 코드를 흘립니까? 흘려지면 로그는 안 남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개발자는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코드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코드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코드를 손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웹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이런 코드를 줍니까? 함수 하나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루틴 하나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루틴 한개씩 얻어서 겨우 함수 몇개를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함수들로 클래스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코드 한 조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코드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코드를 만들었단 말이요? 그 코드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코드, 한 조각이 갖고 싶었습니다."


xino : 우울하군... (0605160700) x
lono : 쿨럭;;; (0605161507) x
likeblue : 뭐냐-_= (0605181551) x
lono : 뭐긴 자작 수필이지 OTL (0605182311) x
폐인의속도 : 합성이네 (0605190130) x
jjangtae81 : 자작이여? ㅋㅋ (0605191406) x
jjangtae81 : 로노! 기말끝나고 밥한번하자~ (0605191406) x
lono : 자작 합성이다 OTL (0605210233) x
xino : 성진이랑 대일이랑 수재 홈페이지를 돌면서 느낌점.... 왜 다 도메인을 .pe.kr를 쓰는거냐! (0605250304) x
lono : 개인이니깐-_- lono.com 소유자는 연락 안됨, lono.net 은 1000불쯤 달래서 안 샀지-_- (0605250350) x
lono.pe.kr from 2001.04.24 by l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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