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때, 기억나니? ] - 050326


  의미 있는 편지지가 되어줄 사진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수많은 디지털 사진중에서 혹은 현상된 필름중에서 인화하여 간직하고 있는 사진들이 작은 앨범으로 몇 권 있다. 하나씩 넘겨가면서 살펴보다가 문득 발견한, 2001년 9월 회사에서 찍은 사진. 저 하늘색 니트를 입고 찍은 사진은 이것 한장 뿐이다. 앨범에서 이 사진을 꺼내어 이것저것 살펴본다. 이미 3년하고도 절반이 지나간 사진. 어쩌면 살짝 노란빛이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DSC01976.JPG 라고 뒷면에 프린트된 문자열은 소니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음을 알려주고 있다.(웃음) 그것보다도, 이 사진 한장으로 누군가가 옛날의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 반겨주었음에 한번더 웃음이 나온다.

  그래 선택했어. 오늘의 편지지로 선택했어. 옛날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 때쯤 세상의 공기를 머금은 인화지 그대로 전해주는 사진에서 살짝 느껴지는 온기. 세상에 하나뿐인 이 모습의 사진을 전해주고 싶어. 인화지의 태어난 날짜는 다르지만 한 장 더 인화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개인데이터들이 백업된 DVD 를 뒤적여본다. 이리저리 찾는데 사진 원본이 보이질 않는다. 순간, 3년여간의 사진 촬영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CD 6장을 도둑맞은 것이 떠올랐다. 가로 300 픽셀, 세로 225 픽셀에 해당하는 싸이월드의 내 첫번째 사진이, 이 사진을 인화한 원본 디지털 사진 중에서 남은 것의 전부라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것으로 다시 인화하기엔 너무나 낮은 해상도. 사진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제 편지를 쓰기 시작하련다. 또 하나의 복사본을 만들 수 없는 사진이라고 판명되었기에, 단 하나의 의미있는 사진이 되어버렸다기에 이 사진은 그 가치가 수천배쯤 높아져버렸다. 내게 소중한 이 작은 사진 한 장, 내게 소중한 어떤 이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부디 계속해서 이 모습 기억해달라고 작은 한 마디 건네면서...


: -ㅅ-a 누가 찍은거지; (0503280156) x
폐인의속도 : 도둑놈 나쁜놈 (0503280227) x
lono : 아마도 회사 같이 다니던 친구녀석이 찍어주지 않았을까-_-a (0503280747) x
lono : 도둑놈 정말 나쁜놈 ㅡㅜ (0503280747) x
미링 : 아..아미료의 보안강화정책은 무어야? 6.1로 버전업시킨거? (0503281047) x
재지니 : 사진 고마워요...잘 간직할께요~ (0503281418) x
: 나도 그때 그시절 로노 :D http://madin20.com/dsc00996.jpg (0503281531) x
lono : 어랏~_~/ 저때 사진 원본들 좀 보내줘~_~/ dsc01976 포함해서 ㅋㅋ (0503282359) x
hye : 기억난다.. 훗~ (0705031633) x
lono.pe.kr from 2001.04.24 by lono

 

[ Reply ]
[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