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에서의 단상 ] - 090117

언젠가부터 이동은 거의 차를 가지고 이동하다보니, 뭔가 생각을 하거나, 바라보거나, 느끼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때면 종종 다른 때 하지 않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종로3가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움직이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플랫폼 바닥에 앉아있었다. 신촌 굴다리 아래에서 활동하시던 소위 거지 할머니; 눈마주치면 욕 한번 하시면서 손으로 지나가는 사람 다리를 툭 치던 그 할머니.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고 할머니 옆을 지나갔다. 뒤돌아서 다시 보니 여전한 그 할머니, 지나가던 어떤 여성 다리를 또 뭐라고 뭐라고 하시면서 또 치신다 -_-a 2000년부터 신촌으로 통학한 이래 내가 아는 것만 근 10년째 같은 생활 중이시고, 거점을 바꾸어 다른 곳으로 가신 것까지 보니, 뭐랄까 향수랄까 OTL 항상 피해가기만 했었는데, 왠지 그날은 그 할머니가 조금은 측은해보였다.

오랜시간 지하철로 통학, 통근하면서는 가끔씩 생리적인 현상으로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지하철 이동 중에는 그나마 역마다 화장실이 있으므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화장실의 위치가 개찰구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약간 엇 갈린다-_-a 지하철 표값 다시 내냐 안 내냐 정도의 희비; 플랫폼 어딘가에는 분명히 화장실은 지하 몇 층에 몇 미터앞에 있다고 적혀있지만, 개찰구 안팎의 표시는 있지 않다. 지하철 공사에서는 시민 편의를 위해 표시를 추가해 달라 OTL

난 각종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비행기도 비행기지만, "전차로 고"와 같은 기차 운전 시뮬레이션 게임도 좋아했다. 역내에 들어오는 전동차가 멈추었다. 하지만 손님들이 기다리는 출입문 위치에서 조금 모자르게 정차해서, 다시 부우우울 하더니 1m 쯤 더 가서 정지. 머릿속에 드는 생각 "역내재가속 10초 감점" OTL (알만한 사람들만 이해할 멘트라고 생각하고 있음;)

지하철을 탈 때는 어렵지만, 버스를 탈 때에는 기사 아저씨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무뚝뚝한 아저씨, 친절한 아저씨, 운전히 얌전하거나 과격한 아저씨, 요샌 종종 기사 아줌마도 보이고. 다양한 기사분들이 버스를 운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자리에 붙어 있는 일이 아닌 뭔가를 운전해서 돌아다니는, 예를 들면 버스, 지하철, 택시와 같은 대중 교통 수단을 운전하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힘들지만 왠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_*

대학교 시절에 해보고 싶었던 알바 3가지가 있엇는데, 이내 못한게 아쉽다. 건설 현장 노동자, 편의점 심야 알바생, 강남역 까페 알바생.

서민형 맞춤버스 8541번. TV 와 신문기사에서 보고 웹에서 조금 더 검색해보았다. 새벽 4시부터인가 10분 간격으로 딱 하루에 3번 운행한다고 한다. 관악구 신림동 근처를 거점으로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생계형 버스? 강남 지역에서 미화원, 경비원 등으로 일을 하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로 그 3편의 버스는 항상 만원이라고 하며, 항상 타는 손님들도 고정적이어서 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한다.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시간대에 출근하여 삶의 노동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 분들이 참 존경스럽다. 연세는 좀 있으시지만, 본인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그러하며, 책임감과 꾸준함이 TV 인터뷰 내용 내내 보이기도 했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만 운행한다는데, 토요일까지 출근해야 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불편함을 시청에서도 들어줬으면 좋겠다.


likeblue : "역내재가속 10초 감점" OTL 난.. 몰라-_= (1001241810) x
lono : 이봐 발뺌해도 피할 수 없어-_-a (1001241810) x
neoevoke : 지하철... 장애인 개찰구로 가서 버튼 눌러서 화장실 간다고 하면 5초 이내로 그냥 열어줘요... (1001241810) x
lono : 부끄럽겠지만 그러면 편리하겠군 OTL (1001241810) x
lono.pe.kr from 2001.04.24 by l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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