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배려 ] - 050731

이래저래 비행 갈 때마다
내게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선물을 할 것이 없는지
생각하다가 한국에 돌아와 늘 내게 뭔가를 내미는 사람이 있다.

너무나도 크고 화려한 무엇은 아니더라도
작게 작게 잘 챙겨주는 그녀 덕에

나는 밤마다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할 때 군것질꺼리가 항상 손 옆에 있고
운전을 많이 하고 조깅을 많이 해서 다리가 아플 때 뜨거운 핫팩을 댈 수 있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을 땐 점보급 머그컵이 눈 안에 들어오고
어느샌가 내가 주로 매고 다니는 가방은 동생이 준 가방이 되었고
차에서 손이 지저분했을 때에는 물수건이 바로 옆에 있고
단지 신용카드와 신분증만 명함지갑에 넣고 다니던 내가 멋진 지갑을 쓰게 되었고
크리스마스 때 받은 향수로 내 몸에는 동생이 좋아하는 향이 은근히 나게 되었고
가끔씩 동생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생과일 쥬스와 간식꺼리에 배가 든든해지고
네개의 옆면에 빨간 하트가 그려진 정육면체 모양의 초가 내 책상을 여유있어 보이게 하고
어느샌가 지갑 한 구석에 비상금이 쪼그맣게 접혀서 들어가 숨겨져 있기도 하고

꼭 뭔가 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하는 일이 힘들어 살짝 침대에 기대어 있을 때에는 발신자번호 002 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힘이 나고
서로 집에 있을 때 얼굴보여달라고 하면 화장 안 했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메신저에 들어와 캠으로 얼굴 보여주고
밤새 기절한듯 잠들었다가 점심때쯤 깨어나 목소리 내기도 힘든 상황에 전화해서 동생 일어났다고 연락해주고
가끔은 너무나 먼 거리를 지하철타고 우리집 앞까지 와서 놀라게 하기도 하고
매일같이 배고프다며 밥먹으러 가도 숟가락에 이것저것 담아서 내게 먹여주기도 하고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손으로 땀을 훔칠 때에는 어느새 조그만 손으로 휴지로 땀을 닦아주고
너무나도 졸리워 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집에 데려다준다고 해도 같이 있고 싶다며 내 옆에서 한없이 잠들어 쉬고 있고
며칠 안 되는 데이오프에도 오빠 만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분주히 다음 비행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졌고
생각해보면 너무 더운 날씨에도 동생은 내 손과 팔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고
내가 준 편지와 영화표나 입장권같은 추억거리들을 모두 이쁜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소중히 보관하고 있고

그런것들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동생...(__)


likeblue : 그때 그것이구만.. (0507311249) x
폐인의속도 : 어흥 /(┓━)/ (0508010539) x
쵸순_Infinity : 답글을 안달까도 했다마는... "장난하냐?"라고 해도 수재가 개콘을 안볼테니.. (사실 나도 안봐.) (0508071351) x
재지니 : 누가 이렇게 착하누....ㅋㅋㅋ (0508071604) x
lono : 동생 ㅎㅎㅎ (0508071644) x
재지니 : 동생 참 잘 뒀수 (0508071647) x
lono : 참 잘 뒀어 ㅎㅎㅎ (0508081516) x
lono.pe.kr from 2001.04.24 by l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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